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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을 위해/소소한 행복

한겨울의 낮에 나온 반달

by 감사화 2022.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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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겨울답게 제법 매서운 하루였다. 아침 일찍 바깥에 나가보니 칼바람이 불면서 어제와는 전혀 다른 낮은 기온으로 귀와 손가락이 시렸다. 얼른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바빴다. 마침 5일장이 서는 날이기도 하여 옷을 단단히 챙겨 입고 장을 보고 왔는데, 겨울은 이렇게 매서운 맛이 있어야 제 멋이 나지 않을까 하면서, 즐기기로 마음을 먹으니 추위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마침 애들 아빠가 차로 시장 오가는 길을 바래다줘서 한결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추위 때문인지 시장은 보통 때보다 한산하여 바람이 더 세차게 느껴졌고, 손이 시려 꼭 사야 할 것들만 챙겼고 주말에 둘째에게 보낼 반찬거리 위주로 빨리 장을 봤다.

오후에는 춥다고 그냥 따뜻한 방에만 있는 것은 나태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되어 뒷산 약수터에 올라 운동도 하고 약수도 길러오기로 했다. 평소 뒷산에 오르는 시각은 오후 4시 전후인데, 오늘은 기온이 낮아서 오후 2시쯤으로 앞당겼다. 바깥바람은 여전히 냉랭하고 바람까지 불어 일기예보에서는 영상 4℃라고 했지만 체감 온도는 분명 영하로 느껴졌다. 산길로 접어들자 바람이 잦아지니 그리 춥지가 않았는데도 여느 때와 달리 등산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길바닥은 겨울 가뭄 때문에 걸어가니 먼지가 폴폴 날릴 정도로 건조했다. 차갑지만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니 기분이 상쾌하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 등산하러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중턱에서 하구언과 을숙도 더 멀리 다대포 앞바다가 햇살이 받으며 반짝이고 있었고, 하늘은 더없이 맑아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렀다. 자주 하는 우스갯소리로 "걸살누죽(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 또는 "와사보생(卧死步生 :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이라고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많이 걷는 것이 건강을 위한 보약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하루에 최소 7,000보 또는 7,500보는 걸어야 한다고 하는데, 집안일을 하다 보면 운동으로 걷는 걸음은 기껏해야 2,000보에서 3,000보 정도가 아닐까 한다. 오늘처럼 뒷산 약수터까지 다녀오면 7,000보는 충분히 넘을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약수를 긷지 않더라도 건강을 위한 충분한 운동은 되는 셈이다.

<뒷산을 오르면서 내려다 본 을숙도와 다대포 앞바다>

약수터에 올라 약수를 긷고 운동 기구가 있는 쪽으로 올라가서 운동을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아파트에서 보던 하늘과는 너무나 다른, 아주 맑고 파란 하늘이라서 놀랐고, 오늘이 음력으로 초열흘인데도 낮에 나온 반달이 차가운 날씨에 멈춰 선 듯 하얗게 질려,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더욱 돋보였다. 한 달 전에 보았던 그 달이 틀림이 없는데,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계절의 변화와 기후의 차이 때문일까 하며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언뜻 초등학교 때 배웠던 "낮에 나온 반달"이라는 노래 가사가 떠오르고 저절로 입에서 그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옛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낮에 나온 반달을 보고는 친구들과 함께 불렀던 추억이 떠올랐다.

<새파란 하늘에 또렷히 걸린 낮에 나온 반달>

그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때처럼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은 그때그때 자신이 바라는 순간으로 뜻대로 과거에서 현재나 미래로 또는 미래에서 더 먼 미래도 원하는 대로 마음껏 오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고 행복이고 기적이다. 지금을 살면서 수십 년 전의 그날로 달려갔다가 아직 맞지 않은 미래까지 순간 이동이 된다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마술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삶은 자신의 마음에 따라 얼마든지 설정을 할 수 있고, 그 설정된 대로 이룰 수 있다. 다만 그런 설정이 현실에서 이루어지도록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다음은 초등학교 때 배운 "낮에 나온 반달"이라는 동요의 가사이다.

낮에 나온 반달

- 작사 윤석중  작곡 홍난파

<1절>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 끈에 달랑달랑 채워 줬으면

<2절>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쪽 발에 딸깍딸깍 신겨 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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