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부룬펠시아꽃(자스민 또 재스민꽃이라고 함)이 곱게 피어났다. 며칠 전부터 한 두 송이 피어나더니 지금은 만발이다. 그러다 보니 부룬펠시아 꽃향기가 거실과 방안은 물론 집 바깥까지 퍼져나가 그윽하다. 장미나 금목서처럼 꽃향기가 짙은 꽃도 좋지만 매화나 배꽃처럼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를 더 좋아한다. 부룬펠시아 꽃향기는 가까이서는 취할 듯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향기를 느끼면 더 감미로워 좋다. 아마 아파트 아래 위층에서도 무슨 꽃향기일까 궁금해 하지 않을까 한다.
보통 꽃향기를 말로 표현하기가 정말 만만찮아서 향기롭다거나 그윽하다는 정도로 대충 넘어간다. 부룬펠시아 꽃향기는 마치 자스민차를 마시는 듯하고 어딘가 아주 친숙하게 여겨진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혀 거부감이나 거슬리는 향기는 절대(?) 아니지 않을까 한다. 부룬펠시아꽃은 4월말부터 한 달 이상 폈다졌다를 반복하는데, 꽃송이는 짙은 보라색이고, 처음 피어날 때도 꽃송이와 같은 짙은 보라색이지만 조금 지나면 옅은 보라색이 되었다가 떨어지기 전에는 하얀색으로 꽃잎이 변하다.
그렇지만 꽃향기는 처음이나 끝이나 똑같은 것 같다. 아마 새하얀 꽃으로 변했을 때는 향기도 아주 약하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꽃향기가 변치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다른 꽃들이 하얗게 변해 떨어지더라도 계속 다른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기 때문에 지는 꽃들에 대한 꽃향기가 옅어진 것을 모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낮에 보는 부룬펠시아꽃도 산뜻하고 눈이 부시지만 밤에 보는 부룬펠시아꽃도 아름답다. 검은색을 배경으로 한 부룬펠시아꽃은 반들거리기까지 하는 것 같아서 더욱 빛난다.
사람도 얼굴만 예쁜도 있고 마음까지 곱고 착한 경우도 있지만, 보통 꼴값을 한다고 얼굴이 예쁘면 마음은 곱거나 착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꽃도 예쁘고 향기까지 그윽한 꽃들도 많지만, 예쁘지만 향기가 없는 꽃도 드러 있다. 그러다 보니 곱기만 할 뿐 사람들의 마음까 뺏지를 못하고 만다. 부룬펠시아꽃은 그렇게 예쁘지는 않지만 수수하면서도 곱고, 향기가 아주 마음에 들어 비록 아파트에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고 일년에 몇 번을 피고 지지만 언제 봐도 정겹고 새로운 느낌이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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